하루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미팅을 하고 있는데, 교육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급하게 전화가 왔다.
‘김승호 회장님 삼성역 탐앤탐스에 떴다. 얼른 와!’
snowfox의 창립자, 4천억 자산가, 베스트셀러 저자, 창업가들이 가장 동경하는 롤모델. 글로벌 CEO.
김승호 회장님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턴 생활을 하며 회의감이 들 무렵, 김승호 회장님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읽고 큰 영감을 받았었다. 그 후로 김승호 회장님의 저서들과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힘든 순간들마다 마음을 다잡았고, 회장님의 큰 팬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김승호 회장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다시 없을 아주 큰 기회였고, 우리는 전화를 받자마자 미팅을 정리하고 택시를 잡아 탔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창문 앞에 붙어 삼성역이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귀한 말씀을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전력으로 뛰어 카페에 도착했다.
친구를 잘 둔 덕에,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회장님의 바로 앞자리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긴장이 되어 머리가 새하얘졌다. 생각을 정리하고 앞선 질문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손을 들었다.
‘사업을 하려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 배웠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회장님이 생각하기에 젊은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회장님이 대답하셨다.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게 우선입니다.’
그 이후에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질문과 그에 대한 회장님의 답변을 열심히 노트에 받아적었지만, 이 질문과 이 답변만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이 시간이 내 업의 방향성을 완전히 변화시킬 줄, 그 때는 몰랐다.
린치핀은 독서모임, 죄책감 없는 파티 등의 각종 행사들을 통해 파이어족들에게 유익환 환경과 활동을 지원하고,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해소시켜 주었다. 파이어를 꿈꾸는 사람들은 주변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생긴 것만으로도 우리의 서비스에 만족해주었고, 그래서 우리는 이대로만 한다면 커뮤니티가 자연스레 커지고 수익화도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김승호 회장님의 답변은 이 생각에 크랙을 냈다.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파이어족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가. 린치핀은 그것에 도움이 되는 팀인가.
린치핀을 좋아해주는 파이어족들은 린치핀을 만나 이전보다 덜 외롭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동기부여나 자극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뜨거워진 파이어족들에게 막상 린치핀은 어떤 방법도, 수단도 제시할 수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본질이 아닌, 겉치레에 집중해왔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