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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창업 독서모임, 2명에서 300명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법

(앞으로 창업이나 사업이라는 단어를 쓸 건데, 이는 린치핀 활동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루어지지만 이 또한 창업, 사업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어를 ‘ 나’ 로 쓴 것은, 린치핀 팀을 구성하기 전 필자의 행보이다.)
나는 21살, 대기업 인턴을 하다 큰 회의에 빠졌다. 열정과 패기가 하늘을 찌를 때라 대기업의 분업화된 구조 속에서 나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 그 원인이었다. (지나고보니 당연히 인턴은 그런 존재였다. 그 당시엔 참을 수 없는 지겨움이었다.) 뭐라도 좋으니 주체가 내가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막상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4년제 대학, 2학년 애송이였고, 이런 현실점검은 처음으로 내 손으로 책을 읽게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 나는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은 죽어도 싫은 사람이다. 그러나 내 의사로 결정한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나는 3개월 동안 자기계발, 경영, 경제 분야 책 100권을 읽었다. 그 기간으로 인해 인생이 통째로 바뀌었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세상을 인식하는 법은 많이 바뀌었다. 처음으로 세상의 많은 혁신가들을 책에서 보게 되었다.
일론 머스크를 처음 접하고, 그의 인류 화성 이주 계획을 보았을 때, 나는 내가 인식하는 세상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했다. 책도 책이지만 결국 일은 사람을 만나야 시작이 된다는 생각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길을 가다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걸 수는 없으니, 그 당시 재미를 붙였던 책과 관련된 모임을 나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한티역의 독서모임을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매주 주말 아침, 책을 매개로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듣는 것은 너무나 새로웠다.
같은 책을 읽어도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다른 견해를 보이는 것이 재밌었다.다양한 사람을 만나러 간 독서모임이었기 때문에, 매주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꼭 모르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번호를 따서 카톡을 주고 받았다.
지금 당장 뭘 시작해볼지 모르겠으면, 이것부터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매일 똑같은 사람과의 똑같은 대화는 자극을 주기 힘들다. 특히 원하는 목표가 있거나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반드시 낯선 환경과 사람이 필요하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독서모임에 한 주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인맥을 늘려나가던 중, 좋은 기회가 생겼다.
당시 독서모임을 이끌던 김형환 교수님은 창업 분야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셨는데, 우리가 펼쳐나가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1 시간 무료 코칭 시간을 주셨다.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귀한 시간을 얻게 된 것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그 전날 할 질문을 미리 목록화했던 기억이 난다.
첫 번째로 여쭤보고 싶었던 질문은 내가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했다.
"왜 이렇게 제 주위엔 저와 비슷하게 창업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없을까요? 저 혼자서는 창업이나 프로젝트 시작이 쉽지 않은데, 주변에 깨어있는 친구들이 없으니 막막합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그런 친구들을 모을 판은 벌려봤니? 전국에 너랑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친구들은 네가 판을 벌려야 그걸 보고 모인다.“
그리고 덧붙이시길, ”작은 커뮤니티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기업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을까? 커뮤니티는 사업의 시작이다. 사람들을 모아보는 과정, 그 속에서 가치를 제공하는 연습은 모든 사업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거치는 구간이다.“
주체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내 생각은 생각에서 그쳤던 것이었다. 그 날 바로 독서모임 컨셉과 이름을 정해 소모임이라는 어플에 모집공고를 올렸다. 2명에서 시작한 독서모임은 한동안 유입인원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마침내 서울 각지로 확장되어 300명까지 늘었다.
어떻게 유입인원이 0 명이었던 우리가 몇 백명의 인원을 모을 수 있었을까? 커뮤니티를 처음 운영해보거나 사람을 모집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추천하고 싶은 결정적인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1 . 소모임이라는 어플을 다운받는다.
2 . 회원가입을 하게 되면 모임들이 주제 또는 지역별로 나열되는데, 모임의 썸네일 / 모임명 / 모임 회원 숫자가 나온다. 이 세 가지 항목을 주목하라.
3 . 모임마다 회원 수 차이가 꽤 있을 것이다. 어떤 모임은 인원수가 10명 이하에 그치거나 심지어 1명인 경우도 있다. 반면 몇 백명 이상의 모임도 존재할 것이다. 위 세 가지 항목을 비교해보면서 회원 수가 많은 모임에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분석해본다.
같은 컨셉이라 하더라도 모임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입수와 회원 수가 확연히 달라진다. 카피라이팅의 힘이다.
처음에는 우리도 단순히 창업 독서모임, YFC(Young Freedom Club)라고 모임명을 설정했는데 다른 모임들과 차별성이 없어 유입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자포자기 상태로 모임명을 바꿨더니 하루만에 15명이 늘어났다. 바꾼 모임명은 다음과 같다.
'언제까지 현재와 똑같이 지내실 건가요?'
그 당시에 이런 모임명은 나름 파격적이었다. 다들 무슨무슨 모임 이 정도에서 그쳤지, 모임명 자체가 현재 상황을 각성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성장하고 싶지만 나태하게 오늘을 보냈던 사람들은 이 문구에 흠칫 놀랐고,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카피가 보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너무 어그로를 끌어버리면 오히려 호기심이 떨어질 수도 있다. 긍정적인 자극을 주면서도 정도를 지나치지 않는 것 또한 길러야 하는 감각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위에 언급했듯이 잘되는 모임과 안되는 모임의 차이점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보면 좋다.)
유튜버 신사임당님도 유튜브 프리미엄(중간 광고 제거) 을 구독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역시, 광고로 요즘 사람들이 어떤 게 필요한지, 요즘 트렌드는 어떤지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하셨다. 심지어 광고 속에 나오는 카피들 중 눈에 띄는 문구는 기억했다가 이후에 활용하신다고 하니,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는 필수인 듯하다.
모임에 관심을 가지고 가입한 분들이 생겼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모임 일정과 장소,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임원들에게 공지를 꼼꼼히 하고 의견을 묻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과정이 해본 사람으로서 매우 귀찮은데, 성공은 귀찮은 일의 반복에서 온다고 하니 이 과정을 부디 즐기길 바란다.
우리는 또한 모임 개설 전에 한티역 독서모임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모임을 참석해보며, 각 모임의 장점을 우리 모임에 접목하려고 했다. 참여자의 관점에서 어떤 모임이 이후에 알차고 재미있게 느껴졌는지 기록하기도 했다.
모임을 진행할 때의 주의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모임장끼리만 아는 대화를 하거나, 모임장의 발언시간이 가장 길지 않도록 유의하라. 모임은 세미나가 아니다. 실제로 이런 모임에 참석해보기도 했었는데, 모임이 끝나고 나올 때, 주최자들이 잘난 체하는 걸 2 시간 들어준 느낌이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말하는 걸 좋아한다. 잘 들어주기만 해도, 그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인식한다. 모임장은 자신의 발언시간이 줄더라도, 최대한 참석자 전원이 발언할 기회를 확보해주어야 한다.
두 번째,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라! 사람들이 모임에 애착을 가지는 건 단순히 컨텐츠가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 독서모임을 시작할 때 누구나 그렇듯 우리도 서툴렀지만, 인간적인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참석자분들이 분위기를 띄워주고, 운영을 도와주셨다.
앞에서 사업은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고 했듯, 모임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단체톡방보다 개인톡방을 많이 훨씬 많이 활용했다. 단체톡과 개인톡은 엄연히 느껴지는 친밀감이 다르다. 단체톡방에서의 장문카톡보다, 개인적으로 보내는 한 줄 카톡이 어떨 땐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움직인다. 모임 이후, 참석자들에게 간단한 칭찬과 격려를 담은 개인카톡을 보내는 것은 재참석율을 100% 보장할 것이다.
생각보다 별 게 없어보이지만, 모임은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지속해서 이 두 가지라도 지켜본다면 아마 큰 모임으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자 다시, 2명에서 시작한 독서모임이 어떻게 300명으로 성장했는지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일단 모임 구색을 만든다. (모임명, 모임 컨셉 등)
2. 소모임 어플이나 네이버, 당근마켓 우리동네 등등의 다른 플랫폼을 통해 사람을 모은다. 이미 주위에 결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제안해서 모아도 상관없다. (10명까지는 일일이 모으는 노력도 필요하다.
3 . 모임 일정 및 장소를 정하고, 모임을 진행한다.
4 . 모임을 진행할 때는 최대한 모임 진행자보다는 모임 참가자들이 많이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o , x 로 끝나는 질문보다는 ’지난 주 감사했던 일 3가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질문이 더 좋다.)
5 . 모임이 어땠는지 함께 말하는 시간을 가지고 마친다. 모임 후에 웬만하면 뒷풀이는 지양하는 게 좋다. 뒷풀이를 모임보다 더 열심히 하는 모임들이 있는데, 이는 자칫 모임이 소개팅을 주선하는 자리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하는 것이 좋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의미 없는 술자리가 계속되는 것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모임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6 . 모임 후에도 오픈 톡방을 통해 가벼운 인사 및 후기, 사진을 공유한다.
7 . 모임 초반엔 특히 한분 한분에게 집중하며 단톡방 외로 개인적으로 의견을 묻고, 애프터 톡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8 . 모임 인원이 증가하면 그 속에서 모임을 주기적으로 참가하는 인원에게 함께 모임을 운영해볼 것을 제안한다.
9 . 운영진의 숫자가 늘어나면 모임의 갯수가 자연스레 늘어난다. ( 운영진 한명 당 모임 전체인원은 6 ~ 8 명이 적당)
10. 여러 모임이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후기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오픈톡방이나 네이버 카페를 만들어서 관리한다.
린치핀이 운영하는 독서모임 또한 한 개의 모임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서울 각지와 수도권에서 같은 시스템과 구성으로 다수의 모임이 돌아가고 있다. 이 모임들은 현재 린치핀 크루들이 각자 운영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 모임 운영을 해보는 것만큼 좋은 경험은 없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에 현재도 크루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사람이 어느 정도 모이고 재참석율이 보장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이지는 때가 있다. 이 때부터는 모임의 성격과 맞는 사람, 결에 맞는 사람을 골라서 받기를 추천한다. 아무나 다 모여 있는 모임은 이후 수익화를 하거나 다른 브랜드들과 협업할 때 어떤 색깔도 내지 못한다.
따라서 이 시기부터는 게시판에 자기소개 양식을 마련해두거나 네이버 폼(또는 구글 폼) 을 활용해서 서류심사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글만 읽어봐도 지원자가 연애를 하러 왔는지, 진짜 모임을 하러 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나아가,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한다. 시간 관계 상 어렵다면 줌으로라도 대화를 나눠보길 바란다. 대화를 해보면 그 사람이 경험한 과거나 생각들을 훨씬 깊게 알 수 있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찾고 내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 아이디어나 매출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 모임은 이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